기어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. 중산간의 지형적 특성 때문인지 먹구름은 며칠 내내 나의 꽁무니를 쫓던 차였다. 마침 비가 잦아든 틈을 타 부지런히 걸음을 놀려 마을 안쪽 깊숙이 있는 ‘타시텔레 게스트하우스’로 향했다. 낮은 돌담을 따라 나무가 우거진 길을 걸었지만, 보이는 것이라곤 지극히 평범한 동네의 풍경뿐. 내가 가야 하는 길이 이 길이 맞는지 마음속에서 의구심이 들 때쯤, 야트막한 언덕길 위편으로 타시텔레를 알리는 표지판이 보이기 시작했다....
내가 만난 제주, 첫 번째 시리즈 '공간' 각 공간에는 그 나름대로의 고유한 에너지가 있다. 어떤 곳은 5월의 노을 질 무렵처럼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아름다움이 넘쳐나며, 어떤 곳은 막 발인을 끝낸 장례식장처럼 슬픔이 가득하고, 또 어떤 곳은 막 잠이 든 아가의 눈꺼풀처럼 나른하다. 왜일까. 어떤 것이 공간을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. 각 공간은 머물고 있는 사람의 가치를 담아내고, 그곳을 다녀간 사람들과 소통을 하며 나름의 개성을 만들어간다. 그렇다. 내 나름의 답은 '사람'이다. 내가 만난 제주의 공간, 첫...